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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책은 삶에 대한 태도…가치관 형성과 환자 이해 방식의 중요한 영역

등록2020-12-03 조회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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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람을 잇다’에서 이번에 만난 다독가는 자신을 ‘다독가’라기보다 ‘애독가’라고 불러달라는 겸손한 태도를 보인 사람이었다. ‘애독가’백선은 교수는 대전대 서울한방병원에서 한방부인과 전문의로서 여성의학센터 진료를 맡고 있다.


그는 대학생 시절 글쓰기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 모임은 매주 약 3년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쓴 뒤, 이에 대해 토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 주로 보르헤스, 카프카, 루쉰 등의 작가를 한 명 정해 그 작가의 전집을 읽고 글을 썼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책을 읽는 방식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겠지만, 글쓰기는 책을 더 심도 있게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식”이라며 “이런 글쓰기를 혼자가 아니라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독서를 하면서 인상적인 구절을 따로 정리한다고 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나 내용은 포스트잇으로 표시하고, 다 읽은 다음에는 메모장 앱에 구절을 정리한다고 한다. 그래도 최근에는 전자책 리더기로 책을 읽으면서 이 과정이 더욱 편리해졌다고 했다.

애독가답게 그의 하루는 책과 함께 시작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종종 그동안 정리해둔 책 구절 중에서 ‘영향을 받고 싶은’ 특별한 일부를 읽어본다고 했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중요한 선택을 할 때 평소 정리해둔 구절들을 읽어보면 마음과 생각이 명료해진다는 것이었다.

어떤 책을 주로 읽는지 묻자 그는 팟캐스트와 동네서점을 언급했다. 그에게 이 두 가지는 ‘믿을 수 있는 취향의 공동체’라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팟캐스트에서 책에 대한 감상평이나 책 저자가 직접 출연하는 코너를 듣고 새롭게 읽을 책을 선정하곤 한다”며 “팟캐스트 덕분에 생소한 분야나 작가의 책도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독서 취향도 넓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동체는 동네서점이었다. 정확히는 동네서점의 특유의 개성있는 큐레이션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동네서점의 도서 큐레이션을 신뢰한다”며 “동네서점에 진열된 책, 그리고 서점에서 만난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책 등의 '취향 공동체'에서 내 도서 취향도 함께 형성된다”고 전했다.

백 교수는 인생관 역시 독서와 맞닿아 있었다. 그는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그 사람의 서재라고 했다. 당신이 읽은 책이 바로 당신 자신인 것이다.

그러면서 “책이 내 삶에 영향을 주는 부분을 요약하자면 '삶에 대한 태도'로 정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나의 가치관 형성에 대한 부분이자 사람(환자)을 대하는 태도와 이해의 방식에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다”며 “독서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내가 문학, 인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망라하며 얻었던 것은 일정 부분의 '태도'였다. 다양한 상황과 선택의 순간에서 판단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고민할 때, 책은 많은 경우 좀 더 나은 길을 보여줬다”고 고백했다.

또한 “평소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라며 “소설을 읽으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어렵지만 그 노력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는 진료실에서 매일 환자들을 만나는데,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태도가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백선은 교수는 자신의 인생의 책으로 ‘교주부인양방역해’와 ‘소설가의 일’두 권을 선택했다.

‘교주부인양방역해’는 남송대의 정지명이 지은 ‘부인대전양방(婦人大全良方)’을 서기 1547년 설기(薛己)가 교주(校注)하면서 상당 부분의 처방을 정리한 후 자신의 의안을 덧붙여 발간한 부인과 전문서적을 우리말로 해석한 책이다. 이는 원저의 내용에 금원사대가의 이론과 의안을 덧붙이고 한방부인과학 전반에 대한 변증논치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역자들은 이 책을 옮기면서 현대적 임상의의를 부여했다.

백 교수는 “한방부인과 전문의로 부인과 진료를 하다 보니 한방부인과학 서적을 소개하게 되었다. 레지던트 때 처음 읽었는데, 한방부인과학의 이론과 치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생의 책인 ‘소설가의 일’은 김연수 작가가 2012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되었던 글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신년 독서 계획과 짧은 여행, 크고 작은 만남과 인상 깊게 본 영화와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야기까지, 사소하고도 다양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실질적인 영향을 준 책을 꼽으라면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김연수 작가의 소설도 좋아하지만 가장 여러 번 읽은 책은 이 산문집이다. 대학생 때 처음 읽은 이후로 내 책장 한 칸에 늘 자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설가의 일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소설 쓰기에 대한 에세이지만 단순히 소설 작법에 대한 딱딱한 이론서는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의 관점에서 돌아보고,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며 “자신의 욕망과 동기가 우리를 행동하게 하고, 행동으로써 인생이라는 서사의 시간은 흐른다는 것, 이를 통해 우리는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곱십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