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는 잠을 잘 자야 한다. 불면은 암환자가 특별히 피해야 할 부정적 요소다. 암환자의 불면은 몇 년간 지속되기도 하는데, 암과 연관된 고도의 스트레스 요소들과 연루될 경우 미래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와 낮은 삶의 질을 불러올 수도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지속적인 불면은 암환자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나아가서는 면역력의 저하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잠을 좀 못 잘 수도 있다고 가벼이 여기는 자세는 금물이다.
불면은 외딴 섬처럼 홀로 존재하는 요인이 아니다. 우울과 체중 증가와 함께 연결되어 있다. 불면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 많은 신경정신과적 질환이 진단되기 전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7496명의 5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생애에 걸쳐 발생한 체형의 변화가 수면의 질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체중 증가가 불면에 기여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불면은 암성 통증, 피로,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으며, 각각 암환자의 질병 예후에 영향을 주는 독립적인 예후 인자로서 작용한다. 그래서 암환자가 잠을 잘 잔다고 하면, 양호한 컨디션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좋은 것이다. 하지만 암의 진단이 불면을 심각하게 유발하지는 않는다. 12098명의 침습성 유방암 환자 대상 연구의 결과는 유방암의 진단이 우울이나 불면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작정 밤이고 낮이고 틈틈이 잠을 자면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이는 오히려 ’활동 부족-불면-피로-활동 부족‘의 악순환을 형성하게 된다. 피로로 인해 신체 활동을 제한하거나 낮잠을 지나치게 늘리면 결국 야간 불면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다음날 낮 동안의 더 많은 피로를 유발하게 된다. 이는 다시 활동 부족을 야기한다.
60명의 불면 환자를 대상으로 아침/저녁 하루 2회, 3개월간의 복용으로 6시간 이상의 정상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기상 직후 활력도 증진한 한약 반하출미탕(半夏秫米湯)은 불면에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이는 부수적으로 어지러움이나 소화불량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복합적인 원인의 불면에 사용하기 좋다. 160명의 불면 암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침치료는 중등도 및 중증 불면증에 대해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나타냈고, 이는 인지행동요법인 CBT-I(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치료에 비해 더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암은 정신과 감정을 혹사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잠이라는 무기가 있다. 숙면을 통해 어제의 치우친 감정 상태를 잊고 다시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신체화하는 감정뇌는 자율신경계와 직접 소통한다. 자율신경계 불균형은 심장기능, 위장관 기능, 위산의 분비, 소화 기능에 지속적 악영향을 주며, 암환자의 통증 또한 악화시키기 쉽다. 인체 중추인 뇌의 중심을 잡으면 암에 더 편하게 대처할 수 있다. 잘 자는 것은 뇌를 리셋하고 뇌의 중심을 다시 잡아주는 일이다. 그래서 암환자는 잠을 잘 자야 한다. 불면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