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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암세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

등록2019-10-31 조회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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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의하면 2018년 총 사망자 수는 298,820명으로 전년 대비 13,286명(4.7%) 증가하였다. 또한, 그 중 3대 사인은 암, 심장 질환, 폐렴(전체 사망의 45.0%)이며, 사망자의 26.5%가 암으로 사망, 암사망률은 154.3명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하였다고 보도하였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앞으로도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암에 대한 관심도 자연히 높아지게 될 것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하여 조기에 병소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암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삶에 있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청객인 암은 어떠한 존재인지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지가 오늘의 주제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암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 생체 조직 안에서 세포가 무제한으로 증식하여 악성 종양을 일으키는 병. 결국에는 주위의 조직을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에 전이하여 생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유전성 외에 물리적 자극, 화학적 자극, 바이러스 감염 따위가 원인이며 완치는 어려우나 외과 수술, 방사선 요법, 화학 요법으로 치료한다.

2. 장애나 고치기 어려운 나쁜 폐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러한 암의 씨앗이 되는 암세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무한자가증식-스스로 계속 증식하며, 주변의 증식억제신호를 무시하거나 회피한다.

혈관신생-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영양분을 얻어 증식한다.

침윤 및 전이-다른 조직과 장기로 침습하며 퍼져 나간다.

위에서 언급한 특징들은 정상세포가 가지는 순응과 만족이라는 질서에 위배된다. 정상세포는 무한히 증식하지 않으며 결함이 생겼을 경우 세포신호에 의해 자연사하거나 다른 면역세포에 의해 포식되어 소멸한다. 즉, 떠나야 할 때를 안다. 또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주변 조직과의 경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만족할 줄 안다. 이러한 정상세포의 모습을 대비함으로써 우리는 암세포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탐욕과 고집과 불만. 그들은 영원불멸의 삶을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커지려 하고 주위의 건강한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주변의 정지 신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감시망을 벗어나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 그들의 폭주는 그들의 숙주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게 되고, 숙주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이어진다. 무한증식, 감시회피, 혈관신생, 침윤/전이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유능해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고 마는 어리석은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유능함이란 무엇일까? 바로 정상세포처럼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다른 세포들과 상호 협조하면서 숙주인 사람을 살아가도록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보면, 그 속에는 암의 특징을 반영하는 일들이 숨어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2.의 정의를 구분하여 두었다는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몸을 구성하는 한 세포와 사회를 구성하는 한 개인. 암세포가 가지는 특징이 암의 성격을 나타내듯, 사람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존재는 스스로를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다.

강휘중 대전대학교 서울한방병원 교수